북아일랜드 브렉시트 난맥상에
본토와의 교역 장애를 낳은 북아일랜드협약이 불씨 …연방주의자 불만↑민족주의자 정당들은 아일랜드어 법안 요구 영어와 동등한 지위를 주세요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분쟁(CG) '서울=연합뉴스TV 제공'(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영국 본토와의 새로운 교역장벽에 불만을 품은 북아일랜드 내 연방주의자(unionist)들의 폭동과 이로 인한 자치정부 수반 퇴진, 민족주의자들의 아일랜드어 법안 요구 등이 겹쳐 공동정권 와해 및 조기 선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3주 만에 물러날 듯▲공동정권 붕괴될 듯=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연방주의자 정당이자 최다 의석을 가진 민주연합당(DUP) 에드윈 푸츠 대표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DUP 대표직을 맡은 지 불과 3주 만이다.
그는 이날 낸 성명에서 "당 의장에게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요청했다"며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는 자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임은 전날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수반 지명과 관련해 DUP 의원 28명 중 24명이 반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푸츠 대표는 일단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협력자인 폴 기번 씨를 자치정부 수반으로 지명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원하는 북아일랜드의 민족주의자 정당이자 제2당인 신페인당도 미셸 오닐을 자치정부 부수반으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폴 기번 씨는 이날 정오 자치정부 수반직에 공식 취임했다.
아일랜드는 1921년 북부 얼스터 지방의 6개 주만 독자적인 의회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영국의 일원(북아일랜드)으로 나머지 3개 주와 남부 아일랜드가 독립해 아일랜드 자유국을 구성했다. 이후 1949년 아일랜드공화국을 선포했다.
이후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민족주의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연방주의자)세력의 투쟁이 치열했다.
이에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내 7개 신구교 정파가 5년간의 협상을 통해 1998년 4월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을 타결짓고 평화체제로 이행했다.
이후 자치정부 지위를 얻은 북아일랜드는 연방주의자 정당과 민족주의자 정당이 공동집권을 해 왔다.
직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DUP 대표였던 앨린 포스터는 이른바 북아일랜드 협약에 대한 당내 불만이 커지면서 4월 말 사임했다.
북아일랜드 정부 규정에 따라 공동정권을 구성한 신페인당 출신의 미셸 오닐 부수반도 사임했다가 이번에 재지명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푸츠 대표직 사퇴로 북아일랜드 공동정권이 다시 와해된 뒤 조기 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아일랜드 협약이 시작되고▲연방주의자들의 불만 폭발=북아일랜드를 둘러싼 혼란이 본격화된 것은 브렉시트 때문이다.
올해 사실상 브렉시트(Brexit)가 단행되면서 영국은 EU 관세동맹이나 단일시장에서 탈퇴했다.
그러나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라 EU 단일 시장에 남아 EU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상품이 건너갈 때 기존에 없던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생겨 영국과의 교역에 장애가 생겼다.
영국과 EU는 3월 말까지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식료품 통관검사에 유예기간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영국은 이를 일방적으로 10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EU는 영국이 양측이 합의한 브렉시트 협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영국과 EU는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영국 본토와의 새로운 장벽으로 좌절한 북아일랜드 내 연방주의자 젊은이들은 4월 벨파스트에서 폭력시위를 벌여 민족주의자 진영이 맞서 이를 진압하던 경찰관 최소 88명이 부상했다.
DUP 내 강경파는 지금까지 알린 포스터 대표가 북아일랜드 협약에 대한 반대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해 결국 대표직을 내쫓았다.
아일랜드어=영어 법안이 새로운 불씨가 된 것은 신페인당으로부터.
앨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DUP 대표가 물러난 뒤 다시 공동정부 구성이 늦어지자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가 개입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DUP의 폴 기본을 자치정부 수반으로 지지하고 부총리를 지명해 공동정권을 수립할 것을 신페인당에 요구했다.
신페인당은 대신 아일랜드어 법안(Irish language laws) 통과를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법안은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어에 영어와 같은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신페인당은 이 법안이 아일랜드 문화에 대한 존경과 언어 간 평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지만 연방주의자들은 이로 인한 영국과의 유대감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DUP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브랜든 루이스 영국 정부의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이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아일랜드 의회에서 가을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영국 의회에서 직접 이를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DUP가 이를 받아들여 신페인당과 합의점을 찾았지만 정작 합의안에 대해 DUP 당내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이것이 푸츠 대표의 사임으로까지 이어져 브렉시트에서 시작된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당분간 갈등 해소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번 의장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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