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지금도 명품 마케팅을 하면

 올해 처음으로 회사에서 PeerRevie w를 도입했다. Peer Review란 함께 일하는 동료와 다른 팀의 이해관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이다. 내가 가장 열심히 일하는 팀이 브랜드 마케팅팀과 지역 마케팅팀이라 이들에게서도 피드백을 받았지만 최신 기술을 항상 잘 설명해 줘서 좋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발전해야 할 사항에도 최신 기술을 더 많이 소개해 달라는 피드백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피드백을 듣고 박장대소했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도 늘 새로운 기술을 알고 싶어 하는 브랜드 마케팅팀의 특성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경력을 전환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브랜드 마케팅 팀에서 일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이 자신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옷이라는 것을 알지만 만약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상의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서다.

#솔직히 말하면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연봉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우 항상 사람이 적기 때문에 구직이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업이 그리 길지 않아 상위 포지션으로 올라갈 기회가 더 많은 것 같다.

#런던에서_브랜드마케팅 런던에서 브랜드마케팅을 했다면? 솔직히 진짜 웃겼던 것 같아 한국과 같은 미디어를 쓰더라도 런던 언론이 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회사의 주요 오프라인 광고매체로는 피카딜리 서커스 전광판, 블랙캡, 튜브 광고, 벌링턴 아케이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있다. 이런 영화에서나 보던 런던의 상징물을 이용해 브랜딩을 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만족할 것 같다.

#매스캠페인의 명품 마케팅을 미련 없이 외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 마케팅의 꽃인 매스캠페인을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매스캠페인은 여러 매체를 동원해 큰 예산으로 캠페인을 집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통상 TV광고를 포함한다. 언젠가 한 스타트업 CMO가 20억 미만으로 매스캠페인을 하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TV 광고는 디지털 마케팅처럼 트래킹이 안 되고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노출되려면 가격이 엄청나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수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그때는 신입생이라 대부분 시키는 것만 잘 도와줬지만 마스캠프 IMC 전략을 짜는 것을 옆에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그때 가장 기뻤던 것은 자신이 직접 쓴 사본으로 만든 광고가 출근길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됐을 때였다. 이 광고가 들어간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연봉 한 푼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명품 마케터는 이런 사소한 것에 감격해하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 같다.

#화려한 마케팅=일반인들은 마케팅에 다양한 분야가 있는 줄 모르고 마케팅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화려한 브랜드 마케팅부터 떠올리는 듯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멋진 광고 캠페인을 하는 그런 모습이다. 확실히 브랜드 마케팅이 축제 같지만 부스 참가하고 외근도 많이 하고 연예인들 광고 촬영장에서 만나고 이런 화려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젊은 시절의 일이고 요즘은 일찍 자퇴하고 집에서 개랑 노는 게 더 재밌는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
적성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적성에 너무 잘 맞아 그만둘 때 고민이 많았다. 나는 트렌드를 빨리 읽고 복사를 잘 하는 능력이 있어서 잘 해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능력도, 그 때는 극외향형이었으므로, 사람들을 잘 구슬려 어떻게든 해낸 기억이 있다. 나는 일에 성격도 영향을 받는 편이라 지금 브랜드 마케팅을 했다면 취미나 생활 습관이 전혀 달랐을 거야.퍼포먼스 마케팅은 적성에 맞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나는 물거품이었다) 이 분야의 성장성과 전망을 보고 갑자기 뛰어든 경우였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쾌감 있는 부분도 발견하고 재미를 더해 적응한 것 같다. 덕분에 성격도 예전보다는 좀 차분해지고 내성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결론은 그때는 옳고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때는 브랜드 마케팅이 정말 즐거웠고 적성에도 맞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싸로 둔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게 된 것 같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악셀을 두드리는 바람에 목이 더 뻣뻣해진 느낌이지만 나는 지금 내 삶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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